# 지독한 불면증으로 안대 쓰고, 열파스 붙이고 새벽을 설치다 9시에 겨우 기상했다...
휴직을 할 때 제일 두려웠던 건, 통장에 당분간 얼씬안 할 월급도 아니고 다름아닌 '나태해지는 것'이었다. 늦게 일어나고, 빈둥대다 아무 성과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아니나다를까, 계획했던 일들의 진도가 미진하다. 답답하다.
# J선배..... 출산 후 쉬고있는 J선배 집에 놀러갔다. 다른 선배가 산 출산 선물을 전해준다는 핑계로, J선배가 좋아하는 자몽티와 같이 먹을 허니브레드를 사서 신나게 갔는데, 자몽티를 차 오른쪽 시트에 1/3가량 엎어버리는 실수 발생ㅠㅠ 그래도 하하 웃으며 가죽시트 괜찮냐며 나갈 때 물티슈 큰 거 쥐어주신 고마운 J선배..♡ 유산으로 마음 고생하시다 2주 전 예쁜 공주님을 얻은 J선배는 아기때문에 밤에 잠을 푹 못잔다며 피곤하다 말은 하시지만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6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시절, 순천 점장 발령으로 외롭고 힘들 때, 일면식도 없는 선배의 전화에 깜짝 놀라고 감동했었다.. 지점 발령 후 같은 팀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반겨주고 운전 연습 도와준다며 주말엔 집까지 찾아오셨던 고마운 선배.. 선배 퇴사하려고 할 때 "나이 한 살 차이밖에 안나니 그냥 친구해요."라는 나의 말에 당황해하시며 " 안돼! 차라리 언니라고 불러요!!!" 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호하셨던 것 외에는 항상 웃으며 내 이름을 반갑게 불러주는 선배.. 좋은 일 나쁜 일 웃긴 일 있을때마다 선배에게 전화해서 종알종알 털어놓곤 그랬는데 그런 시간들이 벌써 6여년 간 지났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는 올해 10월 말 복직, 선배는 내년 10월에 복직하신단다. 다시 지점에서 의지하며 같이 일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선배의 가정과 고양이가 항상 안녕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 10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말짱 꽝이다. 팀 평균과 내 성과를 비교해가며 다른 누구보다 좋은 성적으로 팀 성과에 기여하고자 노력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직책의 무거움을 조금씩이나마 알아가기에 여행다녀올때나 기회가 생기면 소소한 선물이나 마음 표현을 하며 응원했었는데, 한 번의 트러블로 수십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버린 걸 새삼 알았다. 더욱이 트러블이 상대의 말 번복과 오해가 원인이었음에도 말이다. 남초 회사를 다니면서 간혹 느끼는 건, 회사(혹은 팀)에서는 일 잘하는 팀원보다는 회식 자리나 술자리에서 상사의 반복되는 주저리에 비위 잘 맞추는 팀원이 오히려 인정받기 쉽다는 거다. 그 간격이 언제나 혼란스럽다. 뭐, 예상은 했었으니 더이상 실망하지 말아야지. 덜 상처받으려면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마음을 다잡는 거라는 걸, 오늘도 확인했다.
# 당신이 오늘도 무기력한, 혹은 무의미한 하루를 보낸 이유는'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라는 글을 인터넷 서핑하다 우연히 보았는데 100% 동의한다. 대학생 때,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휴학 결정을 했을 때는 하고싶은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 교회에서 새벽 예배를 드리고, 아침 일찍 영어회화 학원에 가서 수업 듣고, 한 시간 버스타고 한국은행에서 연수받고, 18시 퇴근하면 학교가서 그룹 스터디하고 공부하다 밤 10시에 집에 오던 휴학생 시절, 나는 정말 시간을 아까워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해서. 그런데 동료들이 부러워하는(?) 휴직 중인 직장인인 요즘, 여전히 나는 시간이 아깝다. 이젠 다른 의미로.
생각해보니, 돌아갈 회사가 있어서 그때처럼 열정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 직장인인 내가 그 당시엔 간절히 꿈만 꾸던 그 때를 그리워한다니 인생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7년차 직장인이 되는 동안, 눈 앞의 성과 지표나 목표 달성에 급급했을 뿐, 한번도 '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두 달여 남은 휴직 기간 중, 내가 꿀 수 있는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다. 설사 무언가 실행하지 못했더라도, 휴직이 끝날 때쯤은 그 꿈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으면 한다. 아침부터 짓눌렀던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된 것 같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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