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18, "요즘 토익 만점은 뭐, '나 눈 두 개 달렸소' 하는 것과 같지."
(...) 토익 만점을 받은 친구는 취직에 성공했고, 소나타 신형을 뽑았다. 주말이면 여자애를 태우고 가평 펜션으로 놀러 갔다. 나는 주말에 무엇을 했던가. 구립 도서관에서 토익 실전문제집을 풀었다. 직장, 여자, 소나타 신형.내겐 그런 달콤한 것들이 없었다. 토익 590점 맞는 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취업 시즌이 완전히 끝난 올해 봄, 나는 서류전형 한 번 통과해보지 못하고 시즌을 접었다. '지원 자격: 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문구에서 나는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 넌 꺼져."
그래서 난 꺼지기로 했다.
(...중략...) 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났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긴, 똑같은 말이다.
p.208
"그것 참 이상하군. 너처럼 영어를 잘하는 어학연수생을 본 적이 없어."
"아냐. 부족해. 많이 부족해."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2. 정말 토익 만점자의 후기가 아니라, 취업을 위해 토익 만점을 받기 위해 호주 어학연수(라 쓰고 '개고생'이라 읽는다)를 다녀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성공론', 혹은 '행복론'을 다룬 책들에서는 각자의 수백가지의 행복/성공이 존재한다고 떠들어대나, 어쩌면 그 기준과 등급은 이미 정해져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졸업 전 취업, 직장은 재계 10대 그룹이나 공기업(혹은 안정적인 공무원), 결혼은 서른 초반 쯤, 이런 식으로 인생의 중요한 기점이 내 인생 계획과는 상관없이 사회적 시점에서 결정된다. 속도를 미처 못따라가는 사람들은 마치 낙오자, 혹은 이탈자처럼 자책감을 갖도록 재촉하고... 이닌 마치 일정 기준에 부합해야만 적어도 행복, 성공에 대해 운운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선 그러한 매개체가 토익, 취업이었다.
나역시도 스펙 만들기에 혈안이 되있던 대학생 시절,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 어학연수를 가려고 휴학까지 하면서 돈을 벌었었다.(하지만 갑작스런 공기업 연수랑 예상보다 빠른 취업에 어학연수는 안 갔지만) 우여곡절끝에 주변 사람들보다 수월하게 취업은 했으나, 지금까지도 수시로 자문해보곤 한다. 정말 행복한 지.
스펙이 기준보다 모자라면 쓸모없는 것마냥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에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청년들이 안쓰러워 읽으면서 처연해지기도, 숙연해지기도 했다. 나 역시도 데이터 등수 하나라도 더 올리기위해 당장 내일 출근하자마자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고 밝은 목소리 전화를 돌리겠지. 조만간 진급 시험을 위한 토익 시험도 칠 년만에 다시 치루게 되겠지. 살아남기 위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쩌면 주인공이 호주를 떠날 때 요코가 "일루미니티를 조심해"라고 말한 건, 넌 토익 만 점이 아니더라도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말라는 응원이 아니였나 싶다. 나 역시 응원이 필요하다. 넌(난) 너(나)대로 잘하고 있으니 조바심 낼 필요는 전혀 없다고.
p.18, "요즘 토익 만점은 뭐, '나 눈 두 개 달렸소' 하는 것과 같지."
(...) 토익 만점을 받은 친구는 취직에 성공했고, 소나타 신형을 뽑았다. 주말이면 여자애를 태우고 가평 펜션으로 놀러 갔다. 나는 주말에 무엇을 했던가. 구립 도서관에서 토익 실전문제집을 풀었다. 직장, 여자, 소나타 신형.내겐 그런 달콤한 것들이 없었다. 토익 590점 맞는 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취업 시즌이 완전히 끝난 올해 봄, 나는 서류전형 한 번 통과해보지 못하고 시즌을 접었다. '지원 자격: 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문구에서 나는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 넌 꺼져."
그래서 난 꺼지기로 했다.
(...중략...) 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났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긴, 똑같은 말이다.
p.208
"그것 참 이상하군. 너처럼 영어를 잘하는 어학연수생을 본 적이 없어."
"아냐. 부족해. 많이 부족해."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2. 정말 토익 만점자의 후기가 아니라, 취업을 위해 토익 만점을 받기 위해 호주 어학연수(라 쓰고 '개고생'이라 읽는다)를 다녀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성공론', 혹은 '행복론'을 다룬 책들에서는 각자의 수백가지의 행복/성공이 존재한다고 떠들어대나, 어쩌면 그 기준과 등급은 이미 정해져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졸업 전 취업, 직장은 재계 10대 그룹이나 공기업(혹은 안정적인 공무원), 결혼은 서른 초반 쯤, 이런 식으로 인생의 중요한 기점이 내 인생 계획과는 상관없이 사회적 시점에서 결정된다. 속도를 미처 못따라가는 사람들은 마치 낙오자, 혹은 이탈자처럼 자책감을 갖도록 재촉하고... 이닌 마치 일정 기준에 부합해야만 적어도 행복, 성공에 대해 운운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선 그러한 매개체가 토익, 취업이었다.
나역시도 스펙 만들기에 혈안이 되있던 대학생 시절,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 어학연수를 가려고 휴학까지 하면서 돈을 벌었었다.(하지만 갑작스런 공기업 연수랑 예상보다 빠른 취업에 어학연수는 안 갔지만) 우여곡절끝에 주변 사람들보다 수월하게 취업은 했으나, 지금까지도 수시로 자문해보곤 한다. 정말 행복한 지.
스펙이 기준보다 모자라면 쓸모없는 것마냥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에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청년들이 안쓰러워 읽으면서 처연해지기도, 숙연해지기도 했다. 나 역시도 데이터 등수 하나라도 더 올리기위해 당장 내일 출근하자마자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고 밝은 목소리 전화를 돌리겠지. 조만간 진급 시험을 위한 토익 시험도 칠 년만에 다시 치루게 되겠지. 살아남기 위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쩌면 주인공이 호주를 떠날 때 요코가 "일루미니티를 조심해"라고 말한 건, 넌 토익 만 점이 아니더라도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말라는 응원이 아니였나 싶다. 나 역시 응원이 필요하다. 넌(난) 너(나)대로 잘하고 있으니 조바심 낼 필요는 전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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