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원 109호 멤버들(W, H)과 짧은 여행 다녀왔다. 매사 침착하고 논리정연한 W, 쾌활하고 거침없는 H,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의 나... 너무 다른 성격에 서울부산광주 지역도 다른 우리들의 여행이 알려졌을 때, 다른 동기들은 어떻게 그 셋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며 놀라워했단다.. 이런 재미있는 조합으로 여행한지도 벌써 6여년이 훌쩍 넘었고, 이번 목적지는 여수였고, 이번엔 H의 여섯살짜리 딸도 함께 왔다.
# AM 11:20, 플랫화이트@투썸플레이스
예상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다. 차를 가져오기로 한 H가 도착하지 않아 여수터미널 근처 투썸플레이스에서 플랫화이트를 마셨는데, 왠걸. 이렇게 맛없는 커피는 오랜만이다. 바리스타 자격증 준비하면서 질리도록 커피를 마시는터라 입이 까다로워졌나, 생각도 해봤는데, 절대 아니었다. 다른 친구에게 카톡으로 '커피가 맛없다'며 투덜댔더니, 그 매장은 원래 맛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ㅠ
# PM 13:04, 두꺼비게장
우리의 첫 코스는 게장 백반이었다. 서울에서 온 W가 이 가게는 꼭 가보고싶다 하여 일정에 포함. 여수에 게장 백반 먹으러 올 때면 항상 여기 오긴하는데, 주차가 불편한 점 말고는 사실 평범무난하다. 다행히도, W는 간장게장 리필(1회는 무료) 및 밥 한 공기까지 추가해가며 맛있게 먹어주었다.
# PM 13:39, 레일바이크
주말엔 대기 줄이 길다던데, 사람이 별로 없어 바로 탈 수 있었다. 바이크에 앉고 출발을 기다릴 때 옆자리의 H에게 '나 무서워'라고 고백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안전하다. (갓난아이 앉고 타신 분도 있었다.) 다만 앞 바이크가 너무 느릿느릿 달렸는데, 바이크 충돌시 무조건 뒷 바이크에 잘못을 물겠다는 주의가 두려워 속도를 내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여름에는 너무 더울 것 같고, 바람과 햇살을 적당히 느낄 수 있는 요즈음의 계절이 참 잘 어울리는 거 같다.
# PM15:05, 아쿠아플라넷 + 박물관은 살아있다
4인 기준 100,000원에서 통신사 할인 3만원 할인받았다. 아쿠아플라넷은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특히 뼈가 보이는 물고기 등 희귀 생물과 깊이 헤엄치던 돌고래가 기억에 남는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H의 딸 쫓아다니느라 셋 다 사진도 못찍고 거의 보기만 했다. 제주도 중문의 것이 훨씬 재미있다.
그리고 아쿠아플라넷 찾아 엑스포안을 헤메던 중 안 사실 하나, 여수엑스포에서 영화 촬영 중이다. 전시관에서 아쿠아플라넷까지 모르고 도보로 이동할 뻔했는데, 차량 통제 및 인근 이동을 막고 있었다. 큰 버스 등 차 몇대가 쓰러져있는 등 촬영중이길래, 무슨 영화에요? 누구 나와요? 물어봤더니, 지창욱 나오는 '조작된 도시'란다. 통제는 하고 있으나, 지형상 멀리서도 잘 보였다ㅋㅋ
# PM 18:15, 통만두집 + 구름이야기
저녁을 간단히 먹자하여 블로그를 보고 찾아간 통만두집에서 군만두/찐만두/칼국수/만두국을 시켰다. 직접 손으로 일일히 빚은 만두라 맛이 깔끔하고 좋았다. 특히 군만두가 바삭바삭 맛있었고, 관광객보다는 인근 상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돌산대교의 야경을 봐야하는데 해가 안저물어 근처 '구름이야기'라는 카페에서 잠깐 음료 마시며 쉬었다.
# PM 20시 추정, 돌산공원
돌산공원에서 바라보는 돌산대교의 야경은 언제봐도 예쁘다. 야경이 가장 잘보이는 공원 안 쪽 계단에 걸터앉아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며 야경을 바라보는데 마음 한켠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 한참을 아무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나는 홍콩의 심포니오브라이츠보다 돌산대교의 야경이 더 좋다.
# PM 20:54,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디오션리조트
숙소는 디오션리조트에 도착. 소셜사이트 통해 오션뷰에 패밀리룸을 10만원도 안돼는 착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덕분에 탁 트인 창으로 침대에서 예쁜 여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잠을 도무지 자지 않을 것 같던 아이를 기어코 재우고, 셋이 정신 건강에 좋은 알코올을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사실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부단히 노력했지만 갑작스런 눈 수술로 인한 불안과 휴직 관련하여 생긴 이런저런 안좋은 일들때문에 속상한 일들이 참 많았다. 그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솔직히 내려놓았고, 친구들은 기대한대로 다른 사람들처럼 섣부른 동정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경청해주고 조언해주어 한결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순탄한 줄 알았던 W의 결혼 문제, 그리고 경악을 금치못했던 H까지 서로 품고 있던 고민에 나 또한 귀 기울이며 마음이 아파왔다. '친구'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도, 누가봐도 금세 좋아하게 될 좋은 사람들인데..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노래가 있다. 예배 빼먹기 일쑤인 불량신도지만 너희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겠다, 고 마음속으로 응수했다. 이야기는 무르익어 새벽 3시가 훌쩍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 친구들도 그랬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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